늘 웃는 얼굴. 상냥한 목소리.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다정한 사람이라 판단하기 좋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무감정의 극치. 섬뜩한 조직의 개. 그것이 그녀, [Unknow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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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억이 있을 때부터, 그녀의 세상은 이 작은 조직이 전부였다. 아니, 작은 줄조차 몰랐다. 이 세상이 그녀의 전부였으니까. 그러니까, 그 작은 세상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 그녀에겐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건 그 작은 아이를 만나고서 바뀌었다.
그날도 평범한 임무였다. 그녀는 상부의 명령대로 타깃을 제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 그곳엔 예상치 못한 누군가가 있었다. 회색 머리의 작은 아이. 그 아이는 주사기를 내게 겨누곤 작은 강아지처럼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솔직히, 그 모습을 보았음에도 그녀는 별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은 호기심은 동했나 보다. 그 작은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던걸 보면.
" 아이야, 괜찮니? "
분명 아무런 감정도 없던 말이었다. 그저 그랬을 뿐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무런 감정도 없던 섬뜩한 눈엔 점점 그 작은 아이로 가득 찼다. 작고 따뜻한 아이. 그 아이 하나로 내 세상엔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친한 동료에게 아이 돌보는 법을 물어보았다. 주변의 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몰랐다. 주변이 이리 따뜻했는지. 이리 사랑스러운 것이었는지. 이 작은 변화들은 차곡차곡 쌓여 그녀에게 감정을 선물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행복했다.
그렇게, 행복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