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마르바스-친우

Qia키아 2024. 2. 1. 04:00


소중한 친우가 있었다. 더 이상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긴 세월을 함께해 준. 모두가 떠나버린 후에도 내 곁에 남아준, 너무나도 소중한 친우가 있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빛나던 그 아이. 나는 상냥하고 강했던 그 아이를 언제나 동경했다. 나에게는 과분한 친우였던 그였지만. 그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었고, 나는 그 덕분에 과분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나날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끔찍한 천마전쟁. 온갖 피비린내에 으스러져만 가는 생명으로 가득했던 그때. 전쟁도, 죽음도 너무나도 싫었던 나는 정말로 끔찍이 모든 걸 끝내고 싶었으나, 지옥의 대의장이자 군단을 이끄는 신분이었던 나는 그 참혹한 전쟁에 참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강제로 참전한 전쟁, 그 전쟁에서 후방지휘를 하고 있던 그때였다. 어딘가 익숙한 천사가 보였던 것은. 하지만 누구인지 눈치챌 새조차 없었다. 그녀는 단숨에 접근해 나를 베어냈고,  나는 본능적으로 치명상만을 피한 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나는 반격을 하려 들었으나, 나는 나를 공격한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모든 걸 순간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라파엘.

나를 베어냈던 건, 나의 가장 절친한 친우의 연인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 따윈 없었다. 그녀가 역병의 악마를 가만둘 리가 없었으니까. 나는 서둘러 반격하려 했지만, 온갖 생각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병이 있나? '

' 병이 돌 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

'... 아니, 버틴다 하더라도 '

' 아시가 슬퍼하면, 어떡하지. '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중한 친우의 연인이었으니까. 자신을 구원한 친우의 소중한 존재를 해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던 나에게 그녀는 다시 칼을 높이 들었고, 아까의 부상으로 움직이기조차 못했던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리고 느껴졌던 건 끔찍한 고통이 아닌, 칼끼리 맞부딪히는 맑은 소리였다.


" 미안합니다, 라파엘. "


그리고 그곳엔, 내 오랜 친우 아스모데우스가 있었다.









큰일났다더쓰고싶었는데자꾸길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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