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부질없다.
그렇게 배워왔다. 그렇게 느꼈고, 그렇게 살았다. 임무에서도 다를게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그에게도 다름없었다.
"저도 사랑해요, 즈천씨."
그저 필요에 의해서였다. 1000살의 뱀파이어. 그에게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진 너무나도 명확했다. 그렇기에 사랑을 연기했고, 그에게 보답해 웃어주었다. 당연했다. 그게 임무였으니까.
그에게 웃어주었다. 그에게 사랑한다 말하였고, 그의 손을 잡았다. 거짓된 행동이었다. 그저 일이었다. 즐겁지 않았고, 그 무엇도 느끼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었다.
규정 4-3. 뱀파이어에게 감정을 가지지 말라.
주워진 그 날부터 지금까지 수도없이 들어온 말이었다. 그에 대한 대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안일했나보다. 그 대상이 내가 될 줄도 생각하지 못한걸 보면.
아팠다. 그들에게 난 그저 반역자로밖에 보이지 않나보다. 그들이 시키는대로 전부 했는데. 이제 모든게 끝임이 느껴졌다. 더이상 그의 목소리마저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그의 표정마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사랑해요, 내 사랑.
이젠 절 잊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