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을 좋아했던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네가 처음 나에게 웃어주었던 그 순간. 네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그 순간부터, 난 너에게 다른 마음을 품었다.
.
.
난 내가 서브인 게 너무나 싫었다.
돔의 명령에 반박조차 못하고 따라야 한다는 게. 그렇게 지나가던 철없는 친구들의 장난에 세 번쯤 당해 곤욕스러웠을 때부터, 난 내가 서브인걸 아예 부정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가장 절친이었던 너에게까지 숨겼을 정도로 말이다.
아, 그래도 생각해 보면 최악은 아니었다. 그 덕분에 돔이었던 너랑 이런 관계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까. 첫 경험이 술 먹고 한 실수였다는 건 그리 웃긴 일은 아니었지만, 뭐 어떤가? 조금 창피하긴 했어도 싫지는 않았는데.
... 아니, 조금 많이 창피하긴 했지만.
놀랍게도 네가 한 명령은 생각했던 것만큼 불쾌하진 않았다. 아예 아니었던 건 아니었기에 처음 서브인걸 감추기로 마음먹게 했던 그 일들이 떠올랐지만, 너여서였을까. 늘 반항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그리 싫지는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있었던 네가 좋았다.
...
그래, 그렇다는 걸 더 빨리 깨달았다면.
서브라 너와 함께할 수 있단 걸 알았더라면.
그래서 더 그에 대해 알았더라면, 내가 너에게 그딴 말로 상처 줄 일도 없었을 텐데.
그저 창피하단 이유로 틱틱대는 일도 없었을텐데.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걸 내밀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 그렇게 될 일도 없었을텐데.
내가 미안해 기범후. 사랑해. 정말로.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버리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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