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전시운-키

Qia키아 2024. 8. 17. 02:47

상해, 사망?소재 주의?





" 어디보자.. 195cm네요. "

" ..네? "


남들한테는 뭐가 이리 크냐며 놀랄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내 키는 그 일 이후로 멈췄었으니까. 멈춰버린 내 꿈과 함께 그대로 멈춰버렸으니까.







" 너흰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니? "


입양해주신 어머니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어릴 적 당한 사고에 부모님을 잃어버린 우리 둘을 거둔 분. 우리는 돌보지도 않고 돌아다니면서 저런 소리나 내뱉는걸 보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닌듯 싶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이 매일같이 내뱉는 그딴 공놀이는 언제 그만둘거냐는 말은 늘 지긋지긋하게 다가왔다.


" 시나 넌 그렇다 쳐도, 시운이 너는 성적도 괜찮으면서... "


뒷이야기는 뻔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으니 조금 더 공부에 매진해서 대학을 가라는 소리다. 성적도 성격도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던 시나는 거의 포기하신것만 같았지만, 유난히 고분고분했던 나는 조금 만만해보였나보다. 언제나 내 온갖 것을 트집잡는걸 보면.


" 이제 너도 중학생이잖니, 너희 부모도 니네가 이렇게 살고 있는걸 보면 어떻게 생각하시겠니? "


" ! 그, 건... "


아, 또 시작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말. 눈앞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 아이에게는 부적절한. 그런 말이었다.


" 아 진짜, 좀 작작해요. "


선을 아득히 넘던 그 사람의 말을 멈춘건, 제대로 상처가 쑤셔질뻔했던 날 막은건 시나의 짜증섞인 한마디였다.


" 그딴 일로 두분 일좀 꺼내지 마요. 진짜 선 넘었으니까. "


"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그러니까 니네 부모도, "


" 아, 작작 하시라고요 좀!! "


언성은 한없이 높아져만 갔다. 한껏 놀라 뛰려던 심장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보니 싸울 때는 아니었다. 둘 다 여기가 지금 밖이란걸 아는건지. 동시에 나 때문에 또 싸운다는 죄책감과 함께 작게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 할 말 못할 말 좀 가려서 하시라고요 이 인간아!! "


"무슨, 너 이게...!! "




우발적인 행동이었다.

홧김에 시나를 밀치려들던 그 사람의 행동도.

그리고, 그런 사람의 앞을 막아섰던 내 행동도 말이다.
그래, 그 민 곳이 계단만 아니었어도 문제는 없었을텐데.


...


쿵, 소리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그저 기억나는건 오랜만에 눈을 떴을 때 멀쩡했던 쌍둥이를 보고 느낀 안도감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내 팔다리를 보며 끝이구나 생각한, 그런 기억뿐이었다.






분명 그랬다. 분명 그랬을텐데, 이건 무슨 의미일까. 죽어버린 내 팔다리도 조금은 돌아왔다는 의미일까.


물론 안다. 이제 다 낫는다 해도 다시 꿈을 꿀 수는 없다는걸. 이미 너무나 뒤쳐졌다는걸. 더이상 그때처럼 뛰어오를 수 없다는걸.


하지만,


하지만, 적어도 친구와 한 번 더 뛸 수 있는,
아무런 걱정 없이 즐겁게 뛸 수 있을거란, 그런 희망을 품고 싶었다.


더이상 있을 수 없다 생각한 행복을 안겨주었던.


그저 같이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미래가 올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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