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화람성민-선택

Qia키아 2024. 9. 19. 18:42


정말 두려운 사람이었다.


자신이 오메가임을 부정하고 악착같이 살아오던 사람에게 운명의 짝이라니. 아무리 밀어내도 붙어오던 그에게 강제로 각인까지 당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 난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옛날과 같은 삶은 꿈도 꾸지 못할 거란 절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내 생각과는 달랐다.
그는 내 세상을 망가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게 보듬어주곤, 화사히 웃어주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찌 되었든 짝이니 겉치레를 신경 써 주는 것일까. 온갖 추측이 떠오르는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천천히 내 세상 속으로 들어왔다.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겉치레라도 처음 받아보는 호의를 감히 누가 쉽게 거절할 수 있을까.

그래서였을까, 나는 쉬이 마음을 놓아버렸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니, 내가 오메가인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랬다. 생겨버렸던 것이다. 그가 나에게 준 축복이자,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가.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환하게 미소를 지어줄까, 아니면 역겹단 표정을 지을까.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완벽한 그에게, 그 어느 별보다 밝게 빛나는 그에게 자신이 어울릴 리가 없단 걸.
자신을 사랑해 줄 리가 없단 걸. 나는 그의 인생의 영원한 걸림돌이라는 걸.


그렇기에 나는 모든 걸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찾기도 힘들 허름한 단칸방을 하나 구했다. 이제 이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가 남겨준 이 작은 생명과 함께.
물론 이리 다짐했음에도 끝없는 불안감이 계속 내 안을 채우는 듯했다.

내가 과연 혼자 잘 해낼 수 있을까.

얼마 남지도 않은 돈으로 잘 버틸 수 있을까.

..영원히 미움받는다 하더라도, 그를 평생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끝없이 울렁대는 속을, 아무것도 삼켜내지 못하는 몸을 붙잡고는 계속 되뇌었다.

이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영원히 미움받더라도 이게 맞다고.

..

그의 인생에 나는 걸림돌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랑하는 그에게 그런 존재로 남을 용기따윈 없었다.


" 여기까진 뭐하러 오신겁니까. "

조용히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읊조렸다.